커뮤에 화제된 장애인 가족이 쓴 회고록을 봤는데 공감 안가는점
평생 장애를 갖고 살다간 죽은 형제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글이었다.
한 커뮤에 이 게시글을 올리고 또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글쓴이에게 공감하고 있다.
나도 본문 내용중에 함부로 다른 사람을 가여워하며, 그 가족의 처지를 넘겨짚고 불쌍하단 듯이 말하는 걸 지양해야한단 말엔 공감하지만
몇가지 공감 안되는 내용이 있다.
장애인 가족이 장애인을 몇십년 간병하다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그리고 장애인 환자 혹은 가족이 큰병에 걸려서 살날이 얼마 남지않았으니 아픈걸 보는게 더는 힘들어서/ 나 없으면 얠 보살펴줄 사람이 없으니 죽이는 사건을 보고 사람들이 감형해줘야 한단 말이 싫다면서 장애인 살인일 뿐이라고 하는거.
진짜 공감 안된다. 뭐든 맥락이 있다. 물론 결과만 보면 살인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면 결과가 살인으로 같다고 해서, 소아성애자가 어린애를 겁탈하고 유린하다 죽이는 살인사건, 찐따 하남자가 강약약강으로 자기랑 동급이거나 강한 남자들 앞에선 설설기다 자기보다 약한 여자들만 죽인 살인사건, 미친 개또라이새끼가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해서 학교애들 다 죽인 살인사건과
가족이 몇십년간 장애가족 부양하고 책임지며 간병하다 지치고 힘들어서, 나 아니면 돌봐줄 사람 없는데 더는 앞날이 보이지 않아서 판단이 흐려져서 자기가 돌보던 장애인 가족을 죽인 살인사건을 같다고 볼 수가 있나?
그리고 장애도 천차만별이다. 본인이 겪은 장애가족의 장애 정도가 다가 아니라고. 본문 내용 보니까 글쓴이 형제는 그래도 가족을 때리거나 집 물건을 부수는 폭력적인 성향은 없던데, 내가 유튜브로 본 성인 중증자폐아들은 소리를 지르고 자기를 돌봐주는 가족한테도 폭력을 저지르고 물건도 다 꺠부수는 케이스들이 있었다.
한창 우영우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커뮤를 뜨겁게 달구었던 글이 있다. 자폐아 형을 몇십년째 부모님이 돌보다가 집팔고 이사도 가고 그런데 성욕에 눈뜬 자폐아 형이 모친한테도 그런식으로 접근하려해서 남동생인 자기가 막아줘야 했고 자기가 봐도 짐승과 다를바 없다는 말. 자세한건 기억안나는데 형이 어쩌다 집밖으로 나가버렸고 그대로 트럭에 치여 죽게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중 우는 사람은 형을 친 트럭기사밖에 없다는 글.
아니 저런 장애인 가족이 있어본적도 없는 나도 글만봐도 내가 방금 언급한 글의 글쓴이와 가족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겠는데. 오죽하면 저랬겠나 싶은데. 장애가족 살인사건만 봐도 그렇다. 물론 가족이고 간병하다 장애가족 살인했다 해서 무조건 다 감형해주고 좋게봐주면 그런 케이스를 악용 안한단 보장이 없고 사회적으로 윤리선이란게 있으니 착잡한 문제긴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사람을 재미로 죽이고, 자기보다 약해서 죽이고, 분풀이로 죽이는 다른 살인사건하고 같은 건 또 아니잖아? 뭐든 맥락을 봐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솔직히 자기가 24시간 그 장애형제에게 밀착해서 매일매일 간병 담당하고 책임진거 아니잖아.
장애의 정도도 다르고, 그 장애를 감당할만한 경제력이나 가족간의 결속력, 화목함이 다 다른건데 자기들은 희망적인 케이스라고 해서 나머지 가족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해서 저런식으로 표현하는건 글쎄다 공감이 안간다.
솔직히 24시간 밀착하며 장애형제의 인생을 책임지고 간병을 오롯이 담당하는 자기 부모님이 먼저 다 돌아가시고, 이제 정말 이 장애형제를 간병하고 경제적으로 책임지고 이 사람의 인생을 오롯이 나 혼자만 전부 부담해야한다 그런다면 지금과 같이 장애가족이 있어도 좋다고 그저 삶이라고, 긍정적인면 위주로만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삶에 속해있을때, 단 한번이라도 나 없으면 이 장애형제 책임져줄 사람 없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가 죽기전에 먼저 죽었음 좋겠다고, 아니면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아니면 내가 죽기전에 어떻게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단 한번이라도 떠올리지 않을수가 있을까?
당신 자신도 다른 여러 장애 가정에 속해있지 않았다면 함부로 입놀릴 수 없는 거 마찬가지다.
가족 중에 장애인 하나 없는 나도 알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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